▶ 2월 3일 프라하 여행리스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버스는 이내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아우토반일까?
정말 속도 무제한일까? -.-?
경찰도 벤츠 타는거 아냐? -_-??


잠도 안오는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언뜻 언뜻 잠이 들랑 말랑 하려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추고.. 약간 수근 수근 하더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앗!! 독일인이 아니다!! @.@

어느새 체코 국경까지 와있었다.. 여권 검사 차 잠시 대기..
그동안 많은 한국여행자들이 길을 뚫어놔서인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 동안 육로로 국경을 넘어본 적은 많은데..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처리되기는 또 처음이다..
인도-네팔 국경 넘을 때, 특히 태국-라오스 국경 넘을 땐 정말 사람 귀찮게 했는데..

암튼 빨리 빨리 처리되니까 좋구나!


겨우 잠들려던게 다시 깨는 바람에.. ㅡ_ㅡ

다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밤이 하얗다.... 덴장.. ㅠ_ㅠ


얼마나 지났을까?

또 잠이 언뜻 언뜻 들려는데..

사람들이 웅성 웅성.. 동요하기 시작한다..

"뭐야? 아직 도착할려면 멀었는데..? -_-;"

분명 시간표 상으론 아침 6시 넘어서나 프라하 도착한다는데 폼이 벌써 체코분위기다..
왠지 오래되어 보이는 주택들… 거리에서부터 보헤미안의 느낌이 팍팍 난다..


"내리라구?" -_-;;

새벽 5시 밖에 안됐는데!!
아직 내릴려면 1시간이나 남았는데!! @.@
그 추운 터미널에서 떨면서 기다리라니..!! ㅠ_ㅠ

운전사가 너무 무리했나 보다.. 아우토반에서 정말 무제한으로 달렸는지도..;;




너무 이른 새벽이라.. 삐끼가 없다.. ㅋㅋ
게다가 마저 있는 삐끼들도 이곳 버스터미널이 아닌, 기차역으로 간 듯 싶다..

한참을 그렇게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다가…

살 궁리를 찾아봐야겠다.. 추워서 안되겠다.. -_-;;
날씨가 우리나라 처럼 바람 쌩쌩~ 이 아니라.. 뼈 속까지 은근히 스며드는 추위랄까..?

한바탕 신나게 등산한 후 땀에 젖은 옷을 입고 하산하는 기분이었다..

눅눅하고.. 춥고.. 스산하고.. 배고팠다… ㅠ_ㅠ


프랑크푸르트 PC방에서 애써 찾아낸 한국 민박집!!

원래는 그런 곳에 잘 안가는 편인데..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정신적 데미지 + 프라하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따뜻한 밥이라도 한수저 먹어야 할 판이었다..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ㅠ_ㅠ

일단 방이 있는 건 확인 됐는데..

대부분 한국 민박집이 그렇듯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다)
특히 내가 갈려는 곳은 공항 가는 길에 있었다는.. =.=

여차 여차 물어서.. 버스 타고..지하철 갈아타고.. 그렇게 겨우 민박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신 주인 아저씨, 아줌마..
부엌 한쪽에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밥냄새…
거실 한쪽편에서 여유있게 컴퓨터를 하는 여행객들


이것이 천국인가.. (ㅡ..ㅡ)

단 3일 밖에 안지났을 뿐인데..

우린 한국에 굶주려 있었구나..!!


보기가 무안할 정도로 후다닥 해치웠다.. -,.- (부끄러웠다)


약간 휴식을 취한 후.. 주인 아저씨의 추천 여행루트 설명 시간이 있었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오는 일정별 최고의 추천코스~

뭐.. 나중에는 추천코스 무시하고 다녔지만.. -.-a
대충 설명만으로도 굉장히 볼 것이 많은 곳이었다..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만약 나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왔으면..
아마 일주일은 눌러 앉아있었을 텐데..

여행에 있어서.. 일행이란 어떨 땐 약이 되기도, 어떨 땐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프라하는 시내 중심가인 바츨라프 광장부터 시작해서.. 언덕배기 너머 프라하 성까지 걸어서 관광이 가능하다.. 특히 건물 하나 하나가 고풍스러워서.. 한시도 눈을 떼놓을 수 없었다.


국립 박물관.. 바츨라프 광장.. 이 골목 저 골목.. 딱히 어디를 보겠다 정해놓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골목만 쏘다니고 다녀도.. 충분히 감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다니다가 피곤하면..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가 토스트에 곁들인 비엔나 커피 한 잔..

매시 정각마다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천문시계도, 숨막히게 아름다운 카를교도, 그토록 화려한 프라하 성도.. 사실 이 건물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있었기에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정도로 건물 하나 하나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도시의 묘한 느낌은 그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느낌이었다. 카메라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그런 분위기에 취해.. 광장과 천문시계탑.. 카를교를 건너 구시가지.. 까지.. 그렇게 분위기에 흠뻑 젖어 싸돌아 다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카를교를 건너면서..

하나 둘씩 가로등이 들어오는 카를교를 바라봤다.
갑자기 가슴 한 켠에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밀려든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지도 기약 못하는 이곳..
눈으로.. 마음으로.. 아무리 열심히 머릿속에 담아놔도 수십 년이 지난 후에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그대로 묻어버리기 싫다..
돈이 다 떨어져도 상관없다.. 빨리 가서 카메라를 새로 사야겠다..

내가 최대한..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이나마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은 길 건너 카메라 상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을 닫을려다가.. 눈이 반쯤 풀린 동양인이 셋이나 들어왔으니 놀랄 법도 했다..

들어오자 마자 시선이 니콘 F80에 꽂혔다. =.=*
F80과.. 다른 기종의 비교 끝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고..

살려고 했는데..


돈을 안챙겨 왔다.. -.-a

카드는? 복대 안에 넣어둔터라.. 꺼내기 좀 창피하다.. *-_-*

한참을 그렇게 고민한 끝에.. 결국 내일 다시 와서 사기로 했다..(주인 아줌마 실망한 표정..)
개점시간 확인 하고 문을 나서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데..

또 다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 여기서부터 여행중에 작성한 일기 발췌 =================================


그동안 프라하의 도둑과 소매치기의 악명을 들어온터라 항상 긴장하고 돌아다녔지만, 의외로 별 문제가 없었기에 다소 긴장이 풀려있던 참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사내 하나가 후배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유심히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이상하다 싶어.. 후배들보고 다른 쪽에 가서 기다리자고 하고 움직였다.

그러자 그 사내도 눈치를 조금씩 보면서 태연하게 우리쪽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 녀석들 서너명도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이 오고.. 우리가 올라타자 따라 올라탄다.

처음 한명이었던 사내는 어느새 5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이때.. 우리를 노리는 도둑임을 직감하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내리자 마자 빠르게 옆 칸으로 다시 올라탔다. (이곳은 칸마다 막혀있다)

잠시 따돌린 줄 알았으나 옆칸에서 계속 쳐다본다.

다음 역이 되자 다시 내리더니 우리칸 쪽으로 다시 탔다.


우리를 노리는 도둑임이 확실했다.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경찰을 부르기 위해 내릴려고 하니 갑자기

사내 중 몇 명이 우리를 에워 싼다.


황당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지하철 속에서 태연하게 작업(?)을 거는 것이다.

그들의 대담함에도 놀랐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에 더 놀랐다..

남의 일이라 참견을 안한다는 것일까.. 외국인이라 그러는 것일까..


아무튼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후배녀석이 소리를 지르며 밀어내자 그 녀석들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지하철에서 내렸다.

나중에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이쪽 소매치기들의 수법이란다.

일행이 있으면 한명만 못가게 에워싼 후 순식간에 주머니를 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당한 사람이 많다고..

그러면서 앞으로는 값나가는 물건을 절대 보이게 하고 다니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셨다.


아무튼 그런 일을 겪은 후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황망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자 세 명이 다니는데도 노릴 정도로 대담하다니..


모든 체코인이 도둑으로 보였다.
나를 쳐다보기만 해도 내 지갑을 노리는 도둑놈처럼 보였다.

그 동안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모든 체코인들에 대한 좋은 감정이
순식간에 나쁘게 변해버렸다.


프라하의 야경은 아름다웠지만,그 아름다움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범죄자들이 아름다움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내일 아침에 그 카메라 샾에 가서 카메라를 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을 당하자

이렇게 하면서도 과연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훔치면 돈이 되는 단순한 기계일 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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