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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온지 이틀째다. 아침은 휴대폰 자명종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벌써 8시.. 역시 인간시계답다.. -_-;;
오늘은 동강의 어라연을 둘러보고 태백까지 가서 숙소를 잡을 예정이다.
민박집 아줌마는 아직 일어난 것 같지 않다.. 어서 세수하고.. 머리 좀 다듬고..(들으면 놀랄일이겠지만 드라이기도 가져왔다 하하하 뭣이? 한심하다고? -_-;;
짐을 다 싸고 나갈채비를 하니 어느새 9시다. 민박집 아줌마는 일어나서 수퍼마켓을 지키고 있었다..

“아줌마.. 여기 어라연 갈려면 어디로 가야돼요?”
“어라연? 거기 엄청 멀턴디...”

헉.. -_-;;
어제도 뼈저리게 느낀 교훈대로 지도를 믿으면 안되나 보다. 동강지역에 대한 자세한 지도가 나와있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손으로 그린 지도를 프린트 해왔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이다. 거운리에서 어라연까지는 1~2시간은 족히 걸리고 어라연에서 문산리까지는 길이 험해서 가기가 힘들댄다. 뭐 며칠전에는 마을사람이 가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나 어쨌다나.. -_-;; 흐미..
고민하던중에 아줌마가 가방을 민박집에 놔두고 카메라만 들고 다녀오랜다.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게 하긴 했지만 나중에 이렇게 했던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휴.. ^^;;
(길이 장난 아니게 험하고 무척 힘이 든다.. -.-;;)

갈래길에서는 무조건 오른쪽으로만 가라는 아줌마의 말을 되새기며 길을 재촉했다. 처음엔 산길이 나왔다. 아직 아침해가 채 뜨지 않은 산길은 음침하기 그지 없었다..
동강쪽으로 가고 싶은 나의 바램과는 반대로 산길은 계속 등산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거 길 잘못든 거 아녀? 하면서 조바심내고 있을차에.. 표지판이 하나 보였다.

‘어라연 3Km`

음.. 3킬로라.. 금방 다녀오겠군.. ^_^
사실 3킬로는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게 산길+자갈로 뒤덮인 오프로드라고 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_-;; 한참을 그렇게 걸어갔을까.. 차츰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깎아지른듯한 경사길에 감당하지 못한 짚차들이 한두대씩 보이고 옆으로는 차츰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제야 강변에 왔구나..!”


아직 해가 산위로 올라오지 못해서인지 아침공기는 냉랭했고 바람도 슬슬 부는게 완전한 겨울날씨였다.. 손을 주머니에 꼭 찔러넣고 계속 길을 재촉했다.

‘푸드드드드득~~’

커다란 오리(?) 한마디가 수중이륙을 한다...
그 모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꼬.... ㅠ.ㅠ 암튼 대자연의 아침이 모두 내것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은 물론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고.. 간간히 보이는 오리떼..(오리가 그렇게 날렵한 동물인줄은 차마 몰랐다.. --; 사진을 찍지도 못한다는...)
그리고 독수리를 방불케 한 수꿩 한마디... -.-;; 추워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더니 이것저것 사진을 놓친게 많다..

강가를 따라 걷고 있노라니 온세상이 조용하다.. 옆으로 흐르는 강물소리.. 자갈이 발 밑에서 굴러가는 소리....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 -.- 아..뭉클하다..




비네팅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i(ㅠ.ㅠ)i

사람을 피해 자연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동강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민박을 하고 오전중에 이야기다.. 오후가 되니 많은 사람들이 짚차를 타고 이쪽으로 오는 걸 많이 보게된다.
계속 걸어가도 어라연이 나타나지 않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거 또 길 잘못든거 아녀?” -“-a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어라연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니 말이 표지판이지 커다란 돌에다 락카로 화살표시만 해놓은 것 뿐이다.

갑자기 산세가 험해진다 싶더니 길도 날카로운 돌로 변하고 강이 더욱 가까워졌다.. 길이 더욱 보기 힘들정도로 엉망이 되어서 이제 돌 표시판(?)에만 의지한채 어라연으로 찾아가야 한다.. 아무래도 천혜의 비경은 고생한 사람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고생고생 해가며 길을 따라갔다.

아... 끝이다..
길이 강에 막혀 끊겨있었다.. 그리고 저쪽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나룻배가 한척 떠 있을뿐...
분명히 저쪽이 어라연 같은데.. 갈 방법이 없었다.. -_-;;
사진 몇 장 찍고 허무함을 뒤로 한 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여기서 큰소리로 배를 보내달라면 뱃사공(?)이 나와서 배를 태워준댄다.. 게다가 지금이 비수기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배를 아예 묶어놨나 보다. 그렇지만 너무 아쉽군.. -.-;; 눈 앞에서.. 크..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 반이 되어간다.. 거운리로 들어오는 버스(그 하루에 세 번 다닌다는 버스... -.-;;)가 1시 반에 도착하기 때문에 발걸음이 급해졌다.
원래.. 등산도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힘들다고 했던가... 볼 것을 다 본 후의 허무한 발걸음은 더욱더 무거워져만 갔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식사를 아직 안했다.. -_-;; 무슨 영화속 주인공도 아니고 어제 저녁에 먹은 라면 한그릇 빼고는 근 20시간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안먹은 것이다..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니 점점 더 지쳐만 갔다..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동강의 비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게 낭만적으로만 보이던 산길도 지옥의 길이었다... -_-

오늘의 교훈 :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

여러분도 산길을 갈때는 반드시 밥은 챙겨먹고 오이나 귤을 준비하도록 하세용.. 정말 목이 타서 미치겠뜸다.. ㅠ.ㅠ

얼마나 몸이 급했던지 갈때는 3시간 가까이 걸렸던 길을 겨우 1시간만에 주파해서 민박집에 돌아왔다.. -_-;; 오~~
시계를 보니 12시반.. 버스가 도착할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민박집에서 할 일 없이 앉아있기도 뭐해서 잠시 나가볼려고 했는데 발바닥이 따끔따끔하다.. 길이 너무 험해서 발에 물집이 잡힌 것이다. -_-;; 에궁..
할 수 없이 민박집 테이블에 앉아서 과자를 까먹으면서 민박집 개랑 같이 놀았다...-.-;;
개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개랑 많이 닮아서 이뻐라 해줬더니 이젠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

과자 줄까 말까 하면서 장난 쳤더니 과자에 목숨을 거는게 아주 재밌다.. ^^(사악한 어리버리...ㅋㅋㅋ)
그렇게 장난을 치다보니 어느새 버스가 도착했다..

이제 이 동강을 떠난다...

원래 계획은 영월에서 태백을 거쳐서 삼척을 갈려고 했다.. 삼척을 가는 이유는 삼척의 환선굴을 보기 위함이다... ^_^
영월역에서 3시 반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은 태백에서 석탄박물관을 본 후에 태백시내에서 하루를 묵고 갈려고 했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누군가가 쓴 여행기에서 석탄박물관이 보잘 것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음.. 고민의 시간.. -“-)a 태백으로 갈 것인가.. 아님 다른 곳으로 갈 것인가.. -.-;;
고민하던 중.. 다른 곳을 생각해 보고자 지도책을 꺼내들었다.

“동해?”

동해시라는 곳이 강릉 가는 길목에 있었다. 어차피 바닷가를 한번 보고 갈려고 작정했던 터, 그렇다면 태백->삼척->환선굴->강릉->부산 코스보다는 길을 단축해서 동해->삼척->환선굴->부산 이런 코스가 나을 것 같았다..

“그래!! 동해로 가자~!” ^o^

기차표를 태백에서 동해로 교환을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태백과 동해는 요금이 4000원으로 같았다.. ^^
어떻게 된 영문인지? ㅎㅎㅎ

암튼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동해를 향해 달렸다...
기차안... 몸이 너무 피곤했다.. 기차안에서 보낼 시간은 대략 2시간40분 가량.. 어제부터 있었던 감기기운이 계속 있어서 몸이 뜨근뜨근 했다.. --; 감기약 한알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안가서 잠을 깨긴 했지만 그나마 좀 나은 듯 하다.
동강에 돌아다니느라 정신없어서 챙기지 못했던 물품들을 다시 정리했다. 카메라 필름도 새거 하나 사서 바꿔넣고 디지털카메라 메모리도 노트북에 저장했다. 동해까지 가는 기차길도 다시 찾아보고 미리 갈곳을 한번 읽어봤다.. ^_^
평일이라 그런지 기차안은 한산해서 사람들의 눈치를 안봐서 좋았다... 헷..

6시 20분.
동해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겨우 6시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이미 한밤중이었다. 안내데스크에서 관광지도 하나를 받아서 어딜 갈건지 결정해야 한다.
처음엔 추암해수욕장에 갈려고 했다. 이곳 일출이 그렇게 장관이라나.... ^^
일출을 찍어보고 싶은 욕심에 가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벌써 버스가 끊겼댄다.. 택시를 탈려고 하니 택시요금만 만원을 달라고 하네... -_-;; 안가면 될 거 아냐.. 우씨...
할 수 없이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묵호항이라는 곳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다양한 종류의 배들이 입항한다고 하니 사진찍기에 좋을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묵호항에 간다고 하니 아저씨가 별 놈 다보겠다는 눈초리다..
대뜸 물어보는 말이 “거기 왜 가는데?” -_-;;
사진 찍으러 간다고 했더니 뭐라고 중얼 중얼.. -.-;; --> 어리버리 쪽팔림... 흐...

묵호항 근처의 길에서 내렸다.
길가는 할아버지 잡고 묵호항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택시타면 아주 가까운 거리랜다..^^
그럼 여기서 묵고 내일 아침에 일출 찍으러 간다고 했더니 잘아는 숙소를 소개시켜준댄다..
앗싸 좋구나..~ 하면서 따라가는데.. 아뿔사.. -.-;; 여인숙이었다..
물론 여인숙이 나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
숙박비는 겨우 12000원.. 정말 쌰다.. 헤헷.. 더 깎을거리도 없네..~~
TV도 있고 아담한게 잠만 자고 가기엔 딱 좋았지만 혼자 오기엔 그리 추천할만한 곳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돈 더주고 모텔같은 곳에서 자고 말지.. -,.-
만약 두 세명이 온다면 빈곤할 때 여인숙도 괜찮지만 혼자.. 그것도 여자 혼자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을거다.. -_-; 좀 환경이 열악한 이유로...
짐을 놔두고 저녁거리 좀 사러 밖에 나갔다.
항구 근처라 그런지 PC방도 없고.. 음식점도 드물고.. 온통 룸싸롱(!)에 술집 뿐이다.. -.-;;
게다가 여기저기서 술에 취해 큰소리로 노래부르는 선원들...
-_-;; 좀 무섭다...


아무래도 관광지가 아닌곳이다 보니 이런 것일수도... -.-;;
(계속 사람 없는 곳만 찾아다니는 중.. ㅋㅋㅋ)

결국 빵집에서 피자빵 몇조각과 오징어안주, 캔맥주 하나 사와서 저녁을 때웠다.
마침 TV에서 축구를 해 주길래 오징어에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비굴하지만 내일은 좀 더 화려한 여행이 되겠지... -,.-;; 이런 기대와 함께...

내일은 아침부터 묵호항으로 사진을 찍으러 갈 예정이다.
배에 생선을 가득 싣고 오는 배를 일출과 함께 담아낼 생각인데... 과연 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꼭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이만 글을 줄인다..

내일은 좀 더 나은 모습을 위해...
그럼 이만...

11월 8일자 글은 동해로 가는 기차와 동해의 숙소에서 글을 나눠서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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