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방안의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셉의 문자였다.

‘우리 어제 날새기 토크했어.. 좀 늦게 일어날 듯’

헉.. -,.-;; 이것들이 아침에 나가기로 해놓고...
시간을 보니 6시 다되서야 잠든듯 하다. 에휴.. 이런 애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야 하다니.. -_-;; 앞날이 두렵기만 했다.

준비를 다하고 8시쯤에 혼자서 수련원을 나오게 되었다.

‘애들은 잠깨면 시내에서나 만나야겠군.. -_-;;’

우선 가방을 코인락커에 넣어놔야 했다. 지금까지 메고 다닌 짐은 너무 무거워서 계속 들고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남포동 역까지 걸어가서야 코인락커를 발견하고 가방을 넣어넣고 카메라만 들고 나올 수 있었다.
몸이 홀가분해진데다 시간도 어느정도 남으니 오랜만에(-_-;) 사우나에 가서 몸을 녹이기로 했다. 그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돌아다니기만 해서인지 따뜻한 목욕물에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사우나를 찾아 남포동역에서 자갈치역까지 한시간 남짓 걸어가서야 사우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부산 사람들 목욕안하남.. -_-;; 목욕탕 찾기가 이리도 어려워서야...) 그렇게 뜨거운 물에 몸을 눕히니 평안함이 밀려온다... 아.. 좋구나.. -,.-;;

그렇게 쉬고 나니 몸이 정말 편안하다. 이래서 온천여행을 가는건가? 암튼 좋았다.. ^^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국제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국제시장에서는 카메라를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구해볼 요량이었다. 황학동에서 산 카메라의 렌즈를 구해볼려고 물어보았지만 가격은 서울보다 오히려 비싼 듯 싶었다.. 게다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상인이 별로 나오지 않아 더 이상 구해볼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나중에 황학동에 가서 다시 찾아보든지 해야겠다. ^^

셉에게서 이제야 연락이 온다.. -_-; 이제 일어났으니 곧 남포동으로 내려온다고..
그동안 영화제가 열리는 거리 풍경을 사진기로 담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엄청난 사람들이 밀려들어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여기저기 사진 찍고.. 사은품 받아서 모으고 있노라니 셉 일행이 남포동에 도착했다. 휴... 이제야 합류하다니.. -_-;;

셉이 추천하는 그 맛있다는 ‘완당집’에 가기로 했다. 완당이라는 만두비슷한 음식인데 예전에 TV에서도 몇 번 나온적이 있을정도로 맛있는 만두국을 하는 집이다. 만두를 빚는데 마치 종이장처럼 얇은 만두에 귀여운 만두속이 다 들어있었다.. ^^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만두가 일품이었다.
완당을 먹고 있는 동안에 식당을 찾아오는 인파를 보니 이 완당집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도 정말 맛있다.. 추천!)
부산에 와서는 인간답게 밥을 먹는 횟수가 많아졌는데... 이건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영화제의 영화를 보는 시각은 5시 프로... 몇시간이 더 남아서 근처에 있는 용두산 공원에 갔다. 용두산 공원이라길래 등산(또 등산? ㅠ.ㅠ)할 줄 알았는데 산 정상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건 정말 좋은 점이다!! ^^
정상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용두산 공원에 가보니 서울의 남산처럼 잘 꾸며놓은 것 같다. 타워도 있고.. 누각도 있고.. 마침 대학생들의 조소공예전도 함께 하고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다.
셔터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용두산 타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다와 부산시내를 모두 볼 수 있게 꾸며놓고 있다. 너무 높아서 실감이 별로 안나는 남산타워와는 달리 용두산 타워는 적당한 높이라 그런지 무지 실감난다. 마치 번지점프대에 서있는 기분이 들정도로 섬뜩한 풍경에 일행은 모두 공포에 떨어야 했다. ㅎㅎㅎ (테러 당하면 어쩌나.. -.ㅜ)
이곳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어느새 영화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첫영화는 ‘우양의 간계’ 말 그대로 ‘우’양이 간사한 계략(?)을 쓴다는 말이다.. -_-; 동양인으로 나오는 ‘우’양과 변강쇠를 닮은(순전 나 혼자의 생각.. --;) 남자간의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계속 잘 봤지만 ‘우’양이 너무 못생겨서.. -_-;; 아무튼 그 생각만 들었다.. ‘우’양이 너무 못생겼다.. -.-;; (우양..~ 미안해요~)
셉과 친구들은 ‘우’양이 너무 깜찍하댄다.. 헐.. -,.-;;

다음영화가 8시 프로라서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셉 일행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국제시장의 분식포장마차를 찾아갔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얘들이 이러는 걸까..? -.-a
가격은 무척 싸다. 찌짐이(파전?), 김밥, 떡볶이.. 이렇게 해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맛은...
가히 포장마차의 결정판이었다... o(T^T)o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찌짐이(파전)... 말로만 듣던 부산오뎅... 매콤한 떡볶이... ㅠ.ㅠ
나중에 누가 부산에 간다면 꼭 국제시장의 63번 할머니 수레를 찾아주기 바란다..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것이다.. ㅠ.ㅠ

저녁을 먹고 두 번째 영화를 봤다.
8시 프로인 ‘에피머럴 타운’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라인 노르웨이의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길래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혹시 북국의 백야라든지..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시작되자 어떤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시작후 5분간 계속해서 자전거 타는 장면만 보여주게 되며, 10분이 지나도록 대사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결론 : 할아버지는 무척 과묵하다? -.-;;

약 30분 지났을까?

할아버지는 또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린다..
또 5분간 자전거 타는 장면만 나온다... -,.-;;;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앞자리에 앉았던 외국인은 고개를 젖힌채 골아떨어졌고 봉사요원들도 아예 고개를 묻고 잠들어 있었다. 절반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잔다... -_-;
물론 나도 잤다.. -_-;

결론2 : 역시 예술은 어렵다..

오늘은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들 피곤해서인지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짐을 다시 정리하고... 셉 일행과 이야기나 하면서 있을려다가 날씨가 너무 춥고 피곤해서 일찍 자기로 하고 침대에 와서 잠을 청했다.

내일은 마지막날.
셉 친구들과 태종대에 가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알람을 5시에 맞춰놓고 잠들었다. 내일은 반드시 일출을 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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