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이른시간에 휴대폰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오전 6시.. 아.. 오늘 아침은 묵호항에 나가서 바다를 찍을 계획이다. 긴장해서인지 다행스럽게도 일찍 눈이 떠졌다.
보일러가 꺼져있어서 찬물로 머리를 감고 드라이까지 하고 나왔다..
장난 아니게 춥군..우...

다시 방에 들어가서 주섬주섬 옷을 입다보니 여인숙 아줌마가 깨우러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일어났어요..-0-;;”

어젯밤에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졸린눈을 비비며 깨우러 오셨다.. 에구 고마워라.. ^^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배낭만 여인숙에 맡겨두고 카메라만 들고 가기로 했다.

“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지만 날씨가 생각외로 따뜻했다.
어제 콧물 찍찍 흘려가며 고생했던 동강과는 차원이 다른... -.ㅜ(그때가 생각나는 어리버리..)
택시를 잡아타고 묵호항으로 향했다. 여인숙이 묵호항에서 몇코스 떨어진 곳이라서 걸어갈 수가 없었다...

“묵호항에는 뭣하러 가쇼?”

기사 아저씨가 카메라만 들고 꼭두새벽에 가는 나를 이상하게 봤나보다.. -.-;;(내가봐도 이상했다는..)

“일출장면 찍을려구요..” ^^;
“그려? 그럼 추자에 가서 찍제 뭐하러 이런데서 찍는댜?” (‘추자’는 동해시의 유명한 일출장소..)
“음.. -_-;; 그냥.. 배하고 일출하고 같이 찍고 싶어서죠... 헐헐..^^;;” (사실은 어제 늦게 도착해서 추자암에 가지 못했음.. ㅠ.ㅠ)
“그렇고마이~~ 그럼 좀 기달려봐이~? 사진찍기 좋은데 가르쳐 줄터니껀~”

그렇게 해서 아저씨는 묵호항의 한쪽 해안가에 내려놓았다.
하늘을 보니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고 먼바닷가에서는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만이 이따금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카메라를 세팅하고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이내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고 갈매기들도 날아다닌다. 자... 슬슬 긴장하고...

-_-?
해가 안뜬다..
하늘은 밝아지는데 해가 안뜨는 것이었다..!! -0-;;
다급해진 마음에 해안가 앞에있는 식당아줌마에게 물어봤더니 해가 뜨는 쪽이 그곳 맞다고 한다.. 근데 왜 해가 안뜨지? -.-;;
정체는 구름이었다..
하늘 가득히 두텁게 덮혀있는 구름 때문에 해뜨기는커녕 오히려 어두워진 것이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바다가 더 잘보이는 곳을 찾기로 했다.
뒤쪽을 보니 등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왠 등대? -.-;; 암튼 등대근처에 가면 해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올라갔다.
헥헥거리며 등대근처의 언덕정상까지 올라가자 왠 할머니들이 나와서 벤치에 앉아있었다.
으... 동네 놀이터인가... -,.-;;
하지만 이곳은 바닷가가 정말 잘 보였다.
어느곳보다도 바다가 가장 웅장하고 넓게 펼쳐진 곳이었다.... -0-;;
하지만... 역시 이곳도 해가 보이지 않은걸... 허탈한 마음에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무하다... -_-;
저쪽편에서 수다를 떨던 할머니들이 나를 보면서 궁시렁 궁시렁 하신다.. -.-;; 무슨 이야긴지... 해서 먼저 가서 물어봤다.

“저.. 여기요.. 오늘 해 안뜨나요?” -_-;;
“그러게 말이구먼! 어제는 해가 훤~하니 떴는데 오늘은 비올란가..?”

할머니들 무리에 끼어서 같이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서 어느새 환하게 밝아졌다. 집에 돌아간다는 할머니들에게 인사를 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바로 옆에 등대가 보이길래 등대 방명록에 이름도 적어놓고.. 벤치를 배경삼아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묵호항 등대 아래쪽엔 절벽에 설치해놓은 해맞이 전망대(?)가 있는대 경치가 아주 일품이다. 번잡한 정동진이나 향일암(여수) 같은 곳을 벗어나 이곳에서 호젓하게 해돋이를 바라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가장 맘에 들었던 해돋이 전망대였다. ^_^
등대언덕을 내려와서 이번엔 고기를 잡아서 들어오는 배와 물고기 사진을 찍기로 하고 선착장으로 갔다. 이미 선착장에는 많은 배가 들어와있고 들어오는 중인 배도 많았다.
그런데 어쩐지 선원들이나 물고기를 파는 아줌마들이나 얼굴이 그리 밝지는 않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물고기를 많이 잡지 못했던 걸까.. 아무튼 어두운 얼굴로 열심히 사진찍고 있는 내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의기소침..)

몇 마리 헤엄치고 있는 오징어를 찍고 있을때였다. 머리위에 물이 똑~ 떨어졌다.
“엥..?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잖아.. -.-;” 띰띰함도 잠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좌판 치우느라 정신이 없고, 모두들 밖에 내다놓은 짐을 창고안으로 옮기랴, 비 피하랴 삽시간에 난장판이 됐다. 나라고 예외였을까.. 카메라가 물에 젖으면 안되니 급히 가방에 넣고 지붕아래에서 비가 멈추길 기다렸다.
조금 있다 보니 비가 멈추는게 아니라 오히려 벼락까지 동반하며 미친 듯이 내린다... 우...

시간은 겨우 8시 남짓한 시간.. 마침 현금을 안찾는 바람에 지갑에 현금도 얼마 없고... 은행도 없고... 우산도 없고... 택시도 잘 안다니고... 막막하기만 했다.. -_-;;
그때였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건물 하나... 왠 PC방이 있었다... @.@
항구에 왠 PC방? -_-;; 좀 황당하긴 했지만 다행아닌가.. 헤헷.. 비가 멈출때까지 주머니에 있는 2000원 가지고 PC방에서 버텨보기로 했다.
역시 예상대로 PC방은 이른 아침인데다 외진곳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서울을 떠난지 이틀만에서야 이메일 열어보고 글도 남기고...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는 인터넷중독자가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 인터넷 안해도 아무런 생각이 안들었으니.. 후훗
PC방비는 상당히 싸다. 한시간에 500원이었던가.. (정말 싸다) 돈을 내고 나와보니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일정으로는 아침에 일출을 찍고 점심때쯤에 삼척에 있는 환선굴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비가 오더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 앞건물의 새마을금고가 문을 열었길래 돈을 인출해서 우산도 사고 택시타고 여인숙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가방 무게가 무게인만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ㅠ.ㅠ
여인숙에서 짐을 챙기며 아주머니에게 환선굴 가는 길을 물어봤다. 강릉-동해-삼척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인지 시내버스로도 충분히 갈 수 있댄다.. ^^ 그런데 한가지 걱정되는 게 비가오는 거라고 하신다... 아주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환선굴은 태백에서 삼척으로 가는 길의 중간에 위치해있는데 그곳에서도 산길을 따라 한참을 버스로 간 후에 동굴입구까지는 한시간 가량 등산(-_-;)을 해야 한단다...

헉... 등산... -“-a --> 고민중..

게다가 지금 오는 비 때문에 등산길을 올라갈 수 없을거라며 동해시에 있는 동굴을 추천하신다..
‘천곡동굴’
이곳은 환선굴과는 달리 시내에 있어서 금방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오후에 부산에 내려갈려면 시간이 부족하니 환선굴은 포기하기로 하고 천곡동굴을 찾았다.
그래도 아깝긴 아깝다... 동해안중에서도 여기까지 온 이유가 바로 환선굴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하필이면 이런 비가 오다니.. -_-;;

동해시에 있는 천곡동굴은 찾아가기가 아주 쉽다.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버스를 타면 코스를 경유하게 된다.. ^^(이건 좋네..) 암튼 버스를 타고가다 보니 천곡동굴에 어느새 도달했다. (약 20분 소요?)
동굴입구는 큰 언덕에 구멍이 훵~하니 뚫려있다. 그리고 매표소와 매점.. 등등. 가방을 매표소에 맡겨두고 카메라만 멘 채로 들어섰다. 동굴안이 상당히 어두웠지만 이내 적응이 되면서 서서히 동굴의 정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천곡동굴은 상당히 작은편이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모두 다 관람할 수 있고, 관람통로를 이리저리 꼬이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실제거리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_-;
무섭지 않냐고?
정신없이 사진 찍다보니 어느새 이 동굴안에 나 혼자라는 생각에 몸이 오싹했다.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 나 혼자서 아무 방해도 없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니.. 후훗..
천곡동굴은 길이 매우 험하고 다칠우려가 있어서 되도록이면 헬멧을 끼고 다닐 것을 강조하는데 나는 사진 찍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헬멧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나중에 종유석에 헤딩(!)을 했는데 혹이 정말 눈에 별이 돌 정도였다.. @.@;;

사진을 찍고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나오는데 앞에 있던 종유석을 미처 못본 것이다. 머리에는 밤톨만한 혹이 볼록 튀어나왔고 헬멧 안쓰고 온 것을 후회해야 했다.. ㅠ.ㅠ

자, 이제 부산으로 간다.
부산행 고속버스는 1시50분, 동해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몇차례 없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적어도 1~2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타야한다.

어리버리 : “부산행 몇시에 있어요?”
데스크 : “50분에 있어요~”
어리버리 : “우등이죠?”
데스크 : “.... -.-”
어리버리 : “-_-?”
데스크 : “그냥 타세요..”
어리버리 : (돈을주며)“싱글로 한 장 주세요..” ^^*
데스크 : “... -.-;;”
어리버리 : “-_-?”
데스크 : “그냥 아무데나 앉으면 돼요..”
어리버리 : “아~ 예.. -_-;;:” (쪽팔림..)

알고보니 동해-부산간은 타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아무데나 앉는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은 내려주기도 하고.. -_-;; 아무튼 사람이 별로 없으니 편하긴 편하다.
동해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국도는 바닷가 바로옆으로 길이 나있었는데... 그 경치는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길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바위들... 그리고 그 사이로 높게 일어나는 파도들...
만약 내가 차를 가지게 되면 반드시 이곳을 찾아오리라!!! -0-)/
(영덕게도 먹을 수 있어서 좋겠구먼.. ㅎㅎㅎ ^^)

그렇게 창밖을 보며 상념에 잠기다가... 노트북 꺼내서 오락도 하고.. 찍은사진 확인 좀 하고.. 하다보니 6시간만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이 6시간이지... 장난 아니게 길었다.. 힘들어.. 흑.. ㅠ.ㅠ

부산에 들어서니 어느새 밤이 다됐다. 밤의 모습으로 다가온 부산의 모습은 매우 화려했다.. ^^ 네온사인하며.. 수많은 차량하며..
이제 여기서 2박3일 일정으로 지낼 계획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산에서는 광주의 친구들과 조인트를 하기로 되어있다. 우연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과 맞추어서 놀러온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니기로 한 것이다. 내가 부산에 처음 와본것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

친구(이하 셉)에게 전화를 해서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해운대에서 보자고 한다.. 오호~~ 해운대라.. ^^a 그 말로만 듣는 해운대에 가게 될줄이야.. 후후..
부산 지하철의 2호선은 해운대까지 역이 나와있지만 아직 공사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어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가야하는데 역시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밀렸다. 시내버스 안에서 나에게 BEXCO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걸 보니 내가 부산사람처럼 보이나 보다.. ^_^;;

해운대 도착.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든 것 같아서 위치를 물어보니 반대쪽이라고 한다.. -_-;; 에궁.. 한참 걸어가다 보니 호화호텔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해운대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늦가을 해안가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손이 꽁꽁 얼어버릴 지경이었다. 셉이 아직 오고 있는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차에 해안가에 들어가서 백사장에 앉아있었다..
추워서인지 사람은 얼마 없었고 간간히 들리는 폭죽소리만이 해운대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말만 남쪽이지 동해쪽보다 훨씬 추웠다. 요 며칠간 기상예보를 안듣다보니 비가 오는건지.. 날씨가 추워지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문득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몇컷 찍었다.. 찰칵.. 찰칵..
사진들이 잘 나오려나.. ^^ 그냥 찍는데에만 만족해야지...

조금 후에 셉과 그 일동이 도착했다. 셉과 친구 둘(펭,개미 --> 외우기 쉽죠? ^^) 이렇게 넷이 부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셉 : “회는 광안리가 맛있대~”
어리버리 : “근데 왜 해운대로 오랬냐..? -_-;;”
셉 : “몰랐쥐.. -,.-;;”

암튼 회를 먹기 위해 광안리로 향했다. 광안리는 해운대와는 달리 향락적인 분위기가 짙은 바닷가였다... 횟집도 많고... 술집도 많다.. ^^
어느 회센터에 들어갔다. 생선값 받고 회값, 야채값까지 받는 걸 보니 바가지 쓴 게 틀림없었지만 전망이 좋아서 참았다.. -_-;;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테이블이었다.

회를 맛있게 먹고 난 후에 소주도 한잔씩 했다. 정말 얼마만에 먹어보는 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동이 뭉클하게 밀려왔다.. ㅠ.ㅠ 3일간의 여행중에 오랜만에 인간답게 먹어보는 저녁이었다... ^o^)/

저녁을 먹은 후에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부산국제영화제측에서 마련한 함지골 수련원이라는 곳이었다. 부산 앞바다 영도의 언덕위에 있는 곳이었는데.. 전망이 매우 좋은 곳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측에서 마련한 곳이라 그런지 숙박비는 매우 싸다. 5000원 밖에 하지 않으니 예전에 묵었던 영월이나 동해의 여인숙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
들어가보니 예전에 있었던 고등학교 기숙사처럼 생겼다. 이층침대로 되어 있었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매우 적었다.
마침 부산의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나온 기자들로 인해 붐비었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인터뷰를 하고 나니 쑥스럽기 그지 없었다.. ^^;; 혹시 부산방송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 ^^

셉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일은 영화제의 영화 두편을 보기로 했다.
내일부터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방안이 따뜻해서인지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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